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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 버려진 민준이 입양 길 막혀 보육원서 자라야”

작성자 : 상록원
작성일 : 2016.06.06 16:35
조회 : 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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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특례법 때문에 처음으로 신생아 받은 상록보육원

77명의 원생들이 꿈을 키우고 있는 서울 남현동 상록보육원에 갓 태어난 신생아 2명이 지난달 24일과 26일 차례로 들어왔다. 보육원이 생긴 1965년 이후 갓 태어난 신생아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청하(69) 원장은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법에 가로막혀 입양되지 못하고 버려진 아이들”이라고 설명했다.

8일 오전 10시 상록보육원 402호실. 문 앞엔 “아기가 자고 있어요. 조용히 들어와 주세요”란 안내문이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붙어있다. 문간방엔 “문을 살살 열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하나 더 있다. 민준(가명)이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형들의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방학을 맞아 한창 뛰어놀 시간인데도 민준이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다닌다.

민준이가 상록원에 온 건 태어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풍성한 사랑을 받기에도 모자란 그 날, 태명이 ‘사랑’이었던 민준이는 상록원에 왔다. 3.3㎏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는 이제 고작 21일을 넘겼다. 다행히 상록원에 잘 적응해 복지사가 타주는 분유도 곧잘 먹고 배변도 잘한다. 복지사가 민준이의 가슴을 손으로 토닥이자 천사 같은 배냇짓도 했다.

민준이 엄마는 “입양을 보내려고 했지만 입양특례법 탓에 기록이 남을까 두려워 이런 선택을 했다”며 아이를 버렸다. 아이와 함께 발견된 메모에는 ‘미혼모인데 아이 아빠도 없어 호적에 올릴 수도 없다. 훌륭한 분들을 만나 사랑받으며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기도하며 살겠다’고 적혀있었다.

601호실엔 지난달 26일 상록원에 들어온 민지(가명·여)가 사회복지사 임영희(24·여)씨의 품안에서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숙아로 태어난 민지는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를 거쳐 상록보육원으로 들어왔다. 임씨는 “민지와 만난 지 2주가 안 됐지만 벌써 손을 타 안아주지 않으면 잠들지도, 울음을 그치지도 않는다”며 “건강도 많이 회복돼 4시간에 한 번씩 100㎖의 분유도 잘 소화시킨다”고 웃었다. 하지만 민준이와 민지는 입양되지 못한 채 보육원에서 18살까지 살아야 한다.

곧 돌을 맞는 영준이도 있다. 영준이는 태어난 지 2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보육원에 들어왔다. 4∼5살 많은 보육원 형들과 한 방에서 생활하는 영준이는 벌써 뚜벅뚜벅 걸음마를 한다. 복지사들은 “영준이의 다리 힘이 유난히 세 수영선수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상록보육원은 최근 건물 7층 비어있던 공간에 2세 이하의 아동을 위한 방을 따로 마련했다.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버려지는 아이가 늘어나면서 보육원에도 아이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100여만원을 들여 서랍장과 분유, 기저귀, 유아용 장난감도 마련했다. 현재 상록보육원엔 2세 이하 아이 4명이 있다.

상록보육원처럼 큰 규모의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영세한 보육원으로 옮겨져 늘 부모의 품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이 법이 재개정되지 않으면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어나 시설을 더 지어야 한다”며 “아이의 하루를 기록하고 부모의 빈 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신경 쓰지만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그는 “버려지는 아이들의 마지막 종착역이 보육원”이라고 했다.

글·사진=김미나 김유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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